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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I의 홍보 메일이라는 것을 받아본지 벌써 10여년이 다 돼 가는데. 이제 더 이상 EMI의 홍보 메일을 받을 수 없다. EMI가 계몽사를 파트너로 한국에서 직배사를 설립한 것이 1988년이니까 20년만에 한국에서 사업을 접은 셈이다. 음악기자 시절, 처음으로 EMI를 방문하던 그 날의 기억이 난다. 압구정동 모처에 있던 EMI 사무실. 아직 벤쳐 바람이 불기 전이었던 1990년대 중반의 한국에서 그렇게 세련된 '회사 사무실'은 보기 힘들었다. 마치 영화 속 외국의 사무실들처럼 리셉션 데스크가 자동문 안에 있었고 EMI 뮤지션들, 비틀즈, 핑크 플로이드, 퀸, 당시 최고 인기였던 블러와 오아시스, 그리고 펫샵보이즈, 그들의 커다란 포스터들이 화려하게 장식돼 있었다. 긴 복도를 지나고 나서야 홍보 담당자가 있는 사무실까지 갈 수 있었다. 사실 그리 길지 않은 복도였겠지만 그 벽에 장식돼 있는 뮤지션들의 중량감이 그 복도를 더 길게 느껴지도록 만들었겠지. 처음으로 홍보용CD를 받은 곳도 EMI, 무슨 앨범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속지'라고 불리던 라이너 노트를 처음으로 썼던 음반사도 EMI였다. 처음으로 속지를 쓰던 날 '내가 지금 판매되는 음반의 속지를 쓰고 있다고? 내 이름이 음반 안에 들어간다고?'라는 조용한 흥분을 했던 것이 EMI 덕분이었던 것이다. EMI 사무실에서 얻어먹은 첫 커피도 기억이 난다. 머그잔이 펫샵보이즈 프로모션용 컵이었으니까. 우리에게 EMI는 큰 선물을 많이 했던 곳이다. 금지곡이었던 비틀즈의 'Norwegian Wood'를 들을 수 있게 해 줬고 음반 모두를 정성스럽게 발매해줬다. 핑크 플로이드의 전 음반을 LP로 라이센스 해 줬으며 펫샵보이즈의 1980년대 음반을 전부 재발매 해줬을 뿐만아니라 그들의 베스트나 B사이드 모음집까지도 빼놓지 않고 전부 안겨줬다. 소니와 BMG가 어느날 갑자기 합병을 했던 그 날의 놀라움도 EMI가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결정을 내린 그 날에 비하지 못한다. EMI는 나에게, 아니 감히 한국의 팝음악 광들에게 최고의 레이블이었다. 오아시스(그룹 말고)가 라이센스하던 그 시절부터 EMI는 지존이었다. 비틀즈나 핑크플로이드 뿐만아니라 듀란듀란도 펫샵보이즈도 블러도 비스티 보이즈도 하다못해 워너에서 나왔던 섹스 피스톨즈는 아예 'EMI'라는 안티 송까지 만들었지 않았던가. EMI에 대한 공격이 팝음악계 전체에 대한 공격이었을 정도로 EMI는 막강했다. 한국은 그런 EMI 지사가 있던 곳이다. 이제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하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대중음악의 중심이 한국 대중음악으로,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CD에서 파일로. 21세기 시작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의 음악 포털로 점점 대중음악의 중심점이 EMI와 그들의 사업의 한계를 벗어났던 탓이다. 그러나 세계적 재벌 기업 EMI가 한국에서 본사를 빼야 할 정도로 몰락해버릴 줄은 몰랐다. 어쨌든 비틀즈의 리마스터링 음반은 EMI가 아닌 워너에서 공급될 것이다. 뭐 음악이 달라질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워너의 마크를 달고 유통되는 비틀즈의 음반은 어째 "리복의 마크를 달고 공급되는 에어조던 23"이나 "픽사의 신작 '토이 스토리 3'가 드림웍스를 통해 배급된다"는 기사 같은 게 상상되는 순간이다. 아니 그것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나. 못 볼 걸 너무 많이 보고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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